
- SMR은 대형 원전과 무엇이 다르고, 왜 지금 주목받나?
- 세계에서 실제로 돌아가는 SMR은 몇 개나 되나?
- 한국과 일본의 SMR 기술은 어디가 강하고 어디가 약한가?
- “SMR은 비싸다”는 비판은 맞는 말인가?
- 앞으로 10년, 어떤 신호를 보면 되나?
SMR 소형모듈원전은 요즘 원자력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입니다. AI 데이터센터가 전기를 엄청나게 쓰기 시작하면서, 날씨와 상관없이 24시간 꾸준히 전기를 만들고 탄소도 거의 내지 않는 전원이 다시 귀해졌기 때문입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원전과 장기 전력 계약을 맺고, 한국과 일본 정부도 원전 정책을 다시 키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SMR이 언제, 얼마에, 어디서 실제로 전기를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이 글은 SMR의 기본 원리부터 세계 현황,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기술력 차이까지 한 번에 정리합니다.
🧭 SMR 소형모듈원전이란: 기본부터
SMR은 Small Modular Reactor의 약자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보통 전기 출력 300MW 이하의 원자로를 소형로로 분류합니다. 한국의 대형 원전 한 기가 1,000~1,400MW급이니, 대략 4분의 1 이하 크기입니다. 핵심은 ‘작다’보다 ‘모듈’이라는 단어에 있습니다. 원자로와 주요 설비를 공장에서 덩어리째 만들어 현장으로 옮긴 뒤 조립하고, 필요하면 같은 모듈을 여러 개 이어 붙여 용량을 늘리는 방식입니다.
안전 설계도 다릅니다. 많은 SMR이 ‘피동 안전’ 방식을 씁니다. 전기나 펌프가 멈춰도 중력, 자연 대류 같은 물리 법칙만으로 원자로를 식히도록 설계하는 것입니다. 크기가 작아 식혀야 할 열도 적습니다. 이 덕분에 대형 원전보다 비상 대응 구역을 줄여, 공장이나 도시 가까이에 둘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옵니다.
SMR의 쓰임새는 전기만이 아니다
SMR은 전기뿐 아니라 열을 직접 공급할 수 있습니다. 화학 공장의 증기, 지역난방, 바닷물 담수화, 그리고 높은 온도가 필요한 수소 생산까지 쓰임새가 넓습니다. 특히 섭씨 900도 이상의 열을 내는 ‘고온가스로’는 물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탄소 없이 수소를 만드는 데 쓸 수 있어, 철강·화학처럼 전기만으로 탈탄소가 어려운 산업이 주목합니다.
📈 지금 무슨 일이: 세계 SMR 현황
결론부터 말하면, SMR은 아직 ‘약속’의 단계입니다. 서방 국가에서 상업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SMR은 2026년 10월 현재 한 곳도 없습니다. 실제로 돌아가는 곳은 러시아와 중국에 몰려 있습니다.
| 프로젝트 | 출력 | 현재 상태 |
|---|---|---|
| 러시아 아카데믹 로모노소프(바다 위 원전) | 70MWe | 2020년부터 운전 |
| 중국 HTR-PM(고온가스로) | 210MWe | 2023년부터 운전 |
| 중국 링룽1호(ACP100, 육상 경수로형) | 125MWe | 2026년 상반기 상업운전 목표를 넘김. 9월 초 기준 연료 장전 전, 2027년 초 운전 전망 |
| 캐나다 다링턴 BWRX-300(GE·히타치) | 300MWe | 2025년 5월 착공, 2030년 말 첫 전력 목표 |
| 미국 나트리움(테라파워) | 345MWe | 2026년 3월 건설 허가, 4월 원자로 건설 시작 |
| 영국 윌파 롤스로이스 SMR | 470MWe×3기 | 2026년 4월 건설 계약, 아직 착공 전 |
미국 뉴스케일(NuScale)은 77MWe 모듈 설계로 2025년 5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표준설계 승인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첫 사업이었던 유타주 전력조합(UAMPS)과의 462MW 프로젝트는 2023년 11월 취소됐습니다. 목표 전기 가격이 MWh당 55달러에서 89달러로 뛰자 전기를 사겠다던 회원사들이 빠져나갔기 때문입니다. 이 회사의 2026년 1분기 매출은 56만 5천 달러로, 1년 전 1,340만 달러에서 크게 줄었습니다. ‘SMR 설계 승인’과 ‘실제 사업’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 한일 SMR 기술 비교: 서로 다른 두 개의 길
한국과 일본은 둘 다 원전 강국이지만, SMR에 접근하는 방식은 뚜렷하게 다릅니다. 한국은 “우리 설계로 직접 만들어 판다”, 일본은 “세계 최고 설계에 우리 부품과 기술을 넣는다, 그리고 다음 세대를 노린다”에 가깝습니다.
| 항목 | 🇰🇷 한국 | 🇯🇵 일본 |
|---|---|---|
| 자국 설계 | SMART100(110MW급) 2024년 9월 표준설계인가. i-SMR(모듈당 170MWe) 2026년 2월 인가 신청 | 확인한 범위에서 자국 상용 SMR의 인가 실적은 없음. 2026년 8월 국산 SMR 설계 개발 사업이 정부 지원에 선정 |
| 해외 파트너십 | 두산에너빌리티가 뉴스케일·엑스에너지·롤스로이스 SMR의 핵심 기기 제작 참여 | 히타치가 GE와 BWRX-300 공동 개발(합작사), IHI가 뉴스케일에 2천만 달러 투자 |
| 제조 능력 | 창원에 8,068억 원 규모 SMR 전용 공장, 2031년 연 20기 안팎 생산 목표 | 원자로 압력용기 소재·정밀 부품 공급망 강점, 동남아 BWRX-300 사업에 일본 기업 참여 추진 |
| 차세대 기술 | 경수로형 SMR 중심, 무붕산·부하추종 등 기존 기술 고도화 | 고온가스로 HTTR로 세계 최초 950℃ 냉각재 온도 달성, 수소 생산 연계 실증 추진 |
| 약점 | i-SMR 실증 부지 미확정, 아직 착공 전 | 기존 원전 재가동 지연(2026년 5월 기준 33기 중 9기 발전), 신규 건설 경험 공백 |
한국의 비교우위: 인가 경험 + ‘원전 파운드리’
한국의 가장 큰 무기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규제 당국의 인가를 받아 본 경험입니다. SMART100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신청해 5년 동안 12차례, 2,621건의 심사를 거쳐 2024년 9월 표준설계인가를 받았습니다. 원전 사업에서 인가는 가장 오래 걸리고 비싼 관문이어서, 이 경험 자체가 자산입니다. 개량형인 i-SMR은 붕산을 쓰지 않는 무붕산 설계, 전기가 끊겨도 스스로 식는 피동 안전, 전력 수요에 맞춰 출력을 조절하는 부하추종 운전을 내세웁니다. 정부 계획상 2028년 인가, 2034년 첫 모듈, 2035년 4모듈(약 700MW) 완공이 목표입니다.
둘째, 제조 능력입니다. 반도체에서 설계 없이 생산만 맡는 기업을 ‘파운드리’라고 부르듯, 두산에너빌리티는 다른 나라 SMR의 핵심 기기를 만들어 주는 ‘SMR 파운드리’ 역할을 키우고 있습니다. 2025년 12월에는 엑스에너지의 SMR 16기에 들어갈 철강 부품 제작 예약 계약을 맺었고, 2026년 5월에는 영국 롤스로이스 SMR의 핵심 기기 제작 파트너로 선정됐습니다. 누구의 설계가 이기든, 실제로 SMR이 지어지면 일감이 생기는 구조입니다.
일본의 비교우위: 소재·부품 + 다음 세대 원자로
일본은 자국 SMR 설계로 상업 인가를 받은 실적은 확인되지 않지만, 대신 세계에서 가장 앞선 SMR 중 하나인 BWRX-300에 깊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히타치는 GE와의 합작사를 통해 이 원자로를 함께 개발했고, 2026년 3월에는 동남아시아에 BWRX-300을 보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합의하면서 일본 부품 기업들을 공급망에 넣겠다고 밝혔습니다. 캐나다 다링턴 현장이 계획대로 2030년 전후에 전기를 만들면, 서방 최초 SMR의 성공 경험이 일본 기업들에게도 쌓이게 됩니다.
또 하나의 무기는 고온가스로입니다.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JAEA)의 시험로 HTTR(3만kW)은 원자로 출구 냉각재 온도 950℃를 세계 최초로 달성했고, 50일 연속 운전으로 열 공급 능력을 확인했습니다. 연료는 직경 약 1mm의 알갱이를 탄소와 탄화규소로 네 겹 감싼 형태로, 약 2,000℃까지 견딥니다. 일본은 2030년까지 이 시험로에 수소 생산 설비를 연결하는 실증을 추진하고, 미쓰비시중공업은 2030년대 고온가스로 실증로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전기 시장에서는 한국이 빠르지만, ‘탄소 없는 산업용 열과 수소’ 시장에서는 일본이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 누가 관련되나: 연결된 기업·나라
| 구분 | 연결된 예시 | 어떤 고리로 연결되나 |
|---|---|---|
| 한국 제조 | 두산에너빌리티,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연구원 | 주기기 제작, i-SMR·SMART 설계와 운영 |
| 일본 제조 | 히타치, 미쓰비시중공업, IHI | BWRX-300 공동 개발, 혁신경수로·고온가스로, 부품 공급 |
| 미국·유럽 설계사 | GE 베르노바, 뉴스케일, 엑스에너지, 테라파워, 롤스로이스 SMR | 설계와 인가, 한국·일본 공급망과 협력 |
| 연료 | 센트러스 등 고순도 저농축우라늄(HALEU) 공급사 | 차세대 SMR 상당수가 쓰는 연료의 공급 병목 |
🌍 연결 지도: AI 전력난에서 생활까지
이 주제를 고른 이유: 전력 수요 급증과 에너지 안보가 동시에 커지면서, SMR이 기술 뉴스가 아니라 산업·투자·전기요금 뉴스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 SMR 소형모듈원전의 앞으로: 3가지 시나리오
| 시나리오 | 모습 | 확인할 신호 |
|---|---|---|
| 기본 | 2030년 전후 서방 첫 SMR들이 늦게나마 가동. 첫 호기 비용은 높지만 후속 호기에서 조금씩 낮아짐 | 다링턴 BWRX-300의 일정·예산 준수 여부, 링룽1호의 상업운전 시점 |
| 낙관 | 빅테크의 장기 구매 계약이 대량 주문으로 이어지며 ‘공장 생산’ 효과가 현실화. 한국 파운드리 물량 급증 | 같은 설계의 다수 호기 동시 주문, 창원 공장 가동률, 영국·체코 최종 투자 결정 |
| 비관 | 공사 지연과 비용 상승이 반복되며 뉴스케일-UAMPS처럼 구매자가 이탈. 기대감이 꺼지며 관련 산업 조정 | 주요 사업 취소·연기 발표, HALEU 공급 차질, 금리 상승에 따른 자금 조달 비용 증가 |
⚖️ 반대 의견과 위험 요인
“작게 만들면 오히려 비싸다”는 비판이 가장 큽니다. 발전소는 원래 크게 지을수록 전기 1kWh당 비용이 싸지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합니다. SMR은 이것을 포기하는 대신 ‘많이 찍어내는 경제’로 만회하겠다는 것인데, 아직 같은 설계를 수십 기씩 지어 본 곳이 없습니다. 뉴스케일 사례처럼 첫 호기 비용이 예상을 크게 넘으면 고객이 떠납니다.
연료 병목도 있습니다. 차세대 SMR 상당수는 고순도 저농축우라늄(HALEU)을 쓰는데, 미국의 현재 생산량은 연간 약 900kg 수준으로, 목표인 연 6톤과 차이가 큽니다. 2024년 미국이 러시아산 우라늄 수입을 막으면서 공급처도 좁아졌습니다. 다만 한국 i-SMR과 BWRX-300 같은 경수로형은 기존 원전 연료를 쓰기 때문에 이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사회적 수용성도 변수입니다. “도시 가까이 둘 수 있다”는 장점은 거꾸로 “우리 동네에 들어온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i-SMR 실증 부지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고, 사용후핵연료를 어디에 보관할지라는 오래된 숙제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 이 주제를 읽는 포인트
| 인가 ≠ 상업 운전 | 설계 승인 뉴스와 실제 착공·가동 뉴스는 무게가 다릅니다. 착공과 연료 장전 같은 단계를 구분해서 보세요. |
| 첫 호기 vs 후속 호기 | SMR의 경제성은 첫 호기가 아니라 같은 설계를 몇 번째로 지을 때 증명됩니다. |
| 설계사와 제조사 | 어느 설계가 이길지와 별개로, 누가 만들고 누가 연료를 대는지가 돈의 흐름을 정합니다. |
| 금리와의 관계 | 원전은 처음에 큰돈이 들어가는 사업이라, 금리가 높을수록 전기 원가 부담이 커집니다. |
표준설계인가(SDA): 특정 부지와 상관없이 원자로 설계 자체가 안전 기준을 만족한다고 규제 기관이 인정하는 것. 이후 실제 건설에는 부지별 건설 허가가 따로 필요합니다.
피동 안전: 펌프나 전기 없이 중력·자연 대류 같은 자연 현상만으로 원자로를 식히는 설계 방식.
FOAK·NOAK: 첫 번째로 짓는 호기(First-of-a-Kind)와 같은 설계를 여러 번 지은 뒤의 호기(Nth-of-a-Kind). SMR 비용 논쟁의 핵심 개념입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1. SMR은 대형 원전보다 안전한가요?
크기가 작아 식혀야 할 열이 적고, 많은 설계가 전기 없이도 스스로 식는 피동 안전 방식을 써서 사고 대응 측면의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실제 운전 경험이 아직 적어, 장기적인 안전성은 운전 실적이 쌓여야 확인됩니다.
Q2. 한국과 일본 중 SMR 기술은 어디가 앞서나요?
경수로형 SMR의 설계 인가와 제조 능력은 한국이 앞서 있고, 고온가스로와 수소 생산 같은 차세대 기술은 일본이 강합니다. 분야에 따라 우위가 다르다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Q3. 한국 i-SMR은 언제 전기를 만드나요?
정부 계획상 2028년 표준설계인가, 2034년 첫 모듈 준공, 2035년 4모듈 완공이 목표입니다. 다만 실증 부지가 확정되지 않아 일정은 바뀔 수 있습니다.
- 재생에너지 100GW 로드맵과 에너지 예산 분석 —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예산을 두고 어떻게 경쟁하는지 함께 보면 SMR 정책의 맥락이 보입니다.
- 한국·일본 주식시장 비교 분석 — 두 나라 산업 구조의 차이를 시장 관점에서 정리한 글입니다.
전자신문 – 혁신형 SMR 표준설계인가 신청 · 머니투데이 – SMART100 표준설계 인가 · Hitachi – BWRX-300 동남아 보급 검토 · 三菱重工 – 次世代革新炉 事業採択 · ニュースイッチ – 高温ガス炉 HTTR · Nuclear News Network – 링룽1호 추적 · Nuclear News Network – 2026 SMR 개발사 현황 · E&E News – 뉴스케일 프로젝트 취소 · CEO스코어데일리 – 두산에너빌리티 SMR · SMR Intel – State of SMR 2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