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본 돋보기 · 2026.10.26 · 2026년 10월 23일 기준 숫자
일본 휘발유 가격 170엔, 유가 110달러인데 왜 안 오를까?
두바이유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었는데, 일본 휘발유 가격은 반년 넘게 리터당 170엔 안팎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원화로 바꾸면 약 1,440원으로, 같은 주 한국 평균(1,857원)보다 400원 넘게 쌉니다.
일본 여행에서 렌터카를 빌려 본 사람이라면 “일본 기름값이 왜 이렇게 싸지?” 하고 고개를 갸웃했을 법합니다. 답은 시장이 아니라 정부에 있습니다. 숨은 가격표와 그 돈의 행방을 질문과 답으로 따라가 봅니다.
■ 한눈에 비교: 일본과 한국의 휘발유 값
환산 기준: 100엔 = 844.15원(하나은행 고시, 2026년 10월 23일 15시 30분). 일본은 자원에너지청, 한국은 오피넷 집계.
■ 일본 휘발유 가격은 지금 얼마일까?
10월 19일 기준 레귤러 휘발유 전국 평균은 리터당 170.2엔입니다. 경유는 159.7엔, 등유는 142.9엔입니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보조가 없었다면 휘발유는 213.2엔이었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한 리터를 넣을 때마다 약 43엔을 정부가 대신 부담하는 셈입니다.
흐름을 보면 이 가격이 얼마나 ‘관리된’ 숫자인지 드러납니다. 2월 말 중동 전쟁이 시작된 뒤 3월 16일 전국 평균은 190.8엔으로 사상 최고를 찍었습니다. 정부가 3월 19일 긴급 보조를 재개하자 3월 30일에 170.2엔으로 내려왔고, 그 뒤로는 유가가 아무리 흔들려도 170엔 언저리에 머물고 있습니다.
| 시점 | 보조 단가(엔/L) | 무슨 일이 |
|---|---|---|
| 3월 19일~ | 30.2 | 190.8엔 최고가 직후 긴급 재개 |
| 4월 초 | ▲ 49.8 | 유가 1차 급등기 |
| 7월 중순 | ▼ 2.8 | 유가 진정, 보조 거의 0 |
| 9월 하순 | ▲ 51.0 | 호르무즈 긴장 재점화, 사상 최대 |
| 10월 22~28일 | 42.8 | 우회 조달비 3.7엔 포함 |
출처: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 연료유 격변완화 사이트, 보조금 포털 정리(2026년 10월 21일 발표분까지).
■ 왜 이런 일이: 170엔은 ‘목표 가격’이다
일본의 장치는 단순합니다. 정부가 매주 “보조가 없으면 다음 주 휘발유 값이 얼마가 될지”를 예상하고, 그 값에서 기준 가격 170엔을 뺀 금액을 리터당 보조금으로 정합니다. 예상가가 213엔이면 43엔, 175엔이면 5엔을 주는 식입니다. 정식 이름은 ‘격변완화조치(激変緩和措置)’입니다.
쉽게 말하면, 일본 정부가 주유소 가격표에 ‘170엔 천장’을 그려 놓고 그 위로 삐져나오는 부분을 세금으로 잘라 내는 구조입니다.
보조금은 소비자에게 직접 가지 않습니다. ENEOS·이데미쓰·코스모 같은 석유 원매(元売り, 정유·도매 회사)에 지급되고, 이들이 주유소에 넘기는 도매가를 낮추면 소매가가 따라 내려가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운전자는 신청할 것이 없습니다.
여기에 세금 구조 변화도 겹쳤습니다. 50년 넘게 붙어 있던 휘발유 ‘잠정세율’ 리터당 25.1엔이 2025년 12월 31일 폐지됐고, 경유 17.1엔도 2026년 4월 1일 사라졌습니다. 세금은 영구히 내리고, 그 위에 보조금까지 얹은 이중 방어선입니다.
■ 돈은 어디로: 9조 엔은 누구 주머니로 갔나
일본은 2022년 1월 처음 연료 보조를 시작한 뒤 축소·종료·재개를 반복해 왔습니다. 일본총합연구소는 2025년 4월까지 누적 예산을 8.2조 엔으로 집계했고, 보도에 따르면 올해 재개분까지 합치면 9조 엔을 넘습니다. 원화로 약 76조 원입니다.
Q. 그 돈은 결국 누가 받나?
장부상 수령자는 석유 원매입니다. 이 회사들의 2026년 3월기 순이익은 ENEOS 2,587억 엔(+14.4%), 이데미쓰 1,719억 엔(+65.2%)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다만 이익의 상당 부분은 유가가 오를 때 싸게 사 둔 재고의 장부가가 올라가는 ‘재고평가익’이어서, 보조금 덕분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소매가가 묶인 덕에 판매량이 급감하지 않아 마진을 지키기 쉬운 구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Q. 실제로 혜택을 많이 보는 사람은?
차를 많이 타는 사람입니다. 일본총합연구소 추계로는 휘발유가 10엔 내려갈 때 연간 혜택이 소득 상위 20% 가구 5,477엔, 하위 20% 가구 2,607엔으로 두 배 차이가 났습니다. 지역별로는 돗토리시 가구 6,640엔, 도쿄 23구 가구 1,318엔으로 약 5배 차이입니다. 전철로 출퇴근하는 대도시 가구는 세금은 내고 혜택은 적게 받는 쪽입니다.
Q. 비용은 누가 내나?
결국 납세자입니다. 정부는 6월 보정예산에 ‘중동 정세 대응 예비비’ 2.5조 엔을 마련했고, 9월 1일 그중 약 6,160억 엔을 보조 기금에 붓기로 각의 결정했습니다. 내년 4월부터 식료품 소비세를 2년간 8%에서 1%로 낮추는 계획까지 겹쳐 재원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야 모두에서 나옵니다.
Q. 물가 통계에는 어떤 영향이 있나?
보조금은 물가 통계도 끌어내립니다. 다이와총연이 정리한 8월 전국 소비자물가에서 휘발유는 1년 전보다 2.6% 낮았습니다. 유가가 크게 올랐는데도 통계상 기름값은 내려간 것입니다. 시장이 잘 보지 않는 대목은 여기입니다. 보조가 끝나는 순간 휘발유가 20% 넘게 뛰면서 물가 상승률이 한꺼번에 올라갈 수 있고, 이는 일본은행의 금리 판단에도 변수가 됩니다. 지금의 낮은 물가 일부는 ‘빌려 온 안정’인 셈입니다.
시간축을 넓혀 보면 패턴이 보입니다. 2022년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2026년에는 이란 전쟁이 방아쇠였고, 매번 “한시 조치”로 시작해 몇 년씩 이어졌습니다. 일단 낮춘 가격을 다시 올리기는 정치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 도쿄 현지 메모
일본 주유소 간판의 숫자는 매주 목요일 무렵 바뀌는 보조 단가와 함께 움직입니다. 자원에너지청은 매주 수요일 다음 주 단가를 발표하고, 10월 22~28일분은 리터당 42.8엔입니다. 등유도 같은 단가가 적용돼 18리터 한 통이 약 2,560엔(10월 13일 기준) 선입니다. 겨울 난방 시즌을 앞두고 11월 이후 보조가 이어질지가 생활비의 가장 큰 변수입니다.
■ 한국에서 보면: 일본 기름값이 싼 진짜 이유
“일본은 원래 기름값이 싸다”는 말은 반만 맞습니다. 보조금을 걷어 낸 일본 가격 213.2엔은 원화로 약 1,800원으로, 한국 1,857원과 거의 비슷합니다. 두 나라 기름값 차이의 대부분은 엔저와 보조금이 만든 차이라는 뜻입니다.
한국도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방식이 다를 뿐입니다. 한국은 유류세를 휘발유 15%, 경유 25% 깎아 11월 말까지 연장했고, 정유사가 주유소에 넘기는 공급 가격에 상한을 두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운영합니다. 11차 최고가격은 휘발유 리터당 1,784원이며, 정유사 손실은 정부가 원가를 검증해 분기마다 보전합니다.
환산 기준: 100엔 = 844.15원(2026년 10월 23일). 두 나라 예산은 쓰임새가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습니다.
차이는 ‘누구를 겨냥하느냐’입니다. 일본은 모든 운전자에게 같은 할인을 주는 넓은 방식이고, 한국은 공급가 상한에 소득 하위 70%에게 1인당 최대 60만 원을 주는 피해지원금을 더해 대상을 좁혔습니다. 한국인 여행객 입장에서는 일본 렌터카 여행의 연료비 부담이 한국보다 가볍다는 뜻이지만, 보조가 끝나면 이 차이는 순식간에 줄어듭니다.
엔화 쪽 연결도 있습니다. 기름값이 싸면 덜 아껴 쓰고, 덜 아껴 쓰면 원유 수입이 늘어 무역적자가 커지며, 이는 엔화 약세 압력으로 돌아옵니다. 엔화가 왜 약한지는 미국 5.1%와 일본 2.9%의 금리차로 본 엔화 약세의 원리에서 더 자세히 다뤘습니다.
■ 앞으로: 170엔 천장은 언제까지 버틸까
정부는 10월 말까지의 재원은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11월 이후 계획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170엔 유지를 약속하면서도 “어디까지나 완화 조치”라며 출구를 유연하게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국제 유가는 호르무즈 유조선 피격으로 유가가 110달러에 다가선 과정처럼 중동 뉴스 하나에 크게 흔들립니다.
- ▸ 기본: 연말까지 170엔 유지, 예비비 추가 투입. 확인 신호는 11월 초 예비비 사용 각의 결정
- ▸ 낙관: 유가가 90달러 아래로 내려 보조 단가가 자연히 줄고 기준 가격을 175~180엔으로 올리며 출구. 확인 신호는 보조 단가 20엔 이하
- ▸ 비관: 호르무즈 장기 봉쇄로 유가 급등, 재원 고갈 우려와 엔저가 겹침. 확인 신호는 보조 단가 60엔 돌파와 추가 보정예산 논의
■ 알아 두면 좋은 일본어 경제 용어
- 격변완화조치(激変緩和措置, げきへんかんわそち) — 가격이 갑자기 뛰는 것을 막으려고 정부가 한시적으로 보조하는 제도
- 원매(元売り, もとうり) — 원유를 정제해 주유소에 도매로 파는 석유 회사. 보조금이 실제로 입금되는 곳
- 기준 가격(基準価格, きじゅんかかく) — 보조금 계산의 기준선. 지금은 레귤러 170엔
■ 자주 묻는 질문
Q1. 일본 휘발유 가격은 지금 얼마인가요?
A. 2026년 10월 19일 기준 레귤러 전국 평균은 리터당 170.2엔(약 1,437원)입니다. 하이옥탄은 약 10엔 더 비싸고, 도쿄 도심이나 섬 지역은 평균보다 높을 수 있습니다.
Q2. 일본 렌터카 여행 기름값은 한국보다 싼가요?
A. 지금은 그렇습니다. 같은 주 한국 평균 1,857원보다 리터당 400원가량 쌉니다. 다만 이는 엔저와 리터당 약 43엔의 정부 보조 덕분이며, 보조가 끝나면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 될 수 있습니다.
Q3. 일본 가솔린 보조금은 언제 끝나나요?
A. 10월 26일 현재 종료일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10월 말까지 재원은 확보돼 있고, 11월 이후는 유가와 예비비 상황을 보고 결정될 예정입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비용이 올라도 값을 못 올리는 가게는 어떻게 될까요? 일본 노포 도산이 사상 최다를 기록한 이유를 읽으면 에너지 가격이 작은 가게에 미치는 압력이 보입니다.
- 유가 110달러의 출발점이 궁금하다면 위에서 소개한 호르무즈 유가 글을, 엔화 쪽 이야기는 미일 금리차 글을 함께 보면 오늘 글의 숫자가 한 줄로 이어집니다.
■ 참고 자료
- 경제산업성 자원에너지청 – 중동 정세를 감안한 긴급 격변완화조치
- 자원에너지청 – 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 추이(10월 19일)
- 자원에너지청 – 휘발유·경유 잠정세율 폐지 안내
- 일본총합연구소 – 가솔린 보조금의 문제점(2025년 4월)
- Jiji Press – Japan to Keep Pump Price Target at around 170 Yen
- 세계일보 – 휘발유 1857원·경유 1842원, 23주 연속 하락(오피넷)
- 머니투데이 – 석유 최고가격제와 정유사 손실 보전
- 철강금속신문 – 10월 23일 원/엔 환율(하나은행 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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