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은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오랜 시간 핵심 기간산업이자 수출 산업으로 기능해 왔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 변화, 친환경 규제 강화, 해양 수송 패러다임 전환 등 다양한 요인이 산업 구조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2025년 5월 현재, 한국과 일본의 조선업은 전통적인 경쟁자이자 서로 다른 전략을 취하는 경제 주체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양국의 조선산업 경쟁력을 수주량, 기술력, 인력 구조, 정책 지원, 미래 성장성 측면에서 심층 비교하겠습니다.
수주량과 점유율 – 한국의 독주, 일본의 회복 시도
2025년 기준, 글로벌 선박 수주 시장에서 한국은 43%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 조선사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대우조선해양)은 모두 LNG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AI 기반 선박 제어 시스템을 도입하며 기술 고도화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1위 조선국이었으나, 현재는 10% 내외의 점유율로 밀려나 있는 상태입니다. 일본 조선업체들은 중소형 선박 및 틈새시장에 주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친환경 선박 및 전기추진선 등 차세대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현재 ‘기술 리셋’을 통해 장기 경쟁력을 되찾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 중입니다.
기술력과 친환경 대응력 – 고도화된 한국, 안정성 중시 일본
한국 조선업의 기술력은 스마트 조선소와 친환경 기술에서 두각을 나타냅니다.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스마트 용접 시스템, 블록 자동화 조립 라인, 디지털 트윈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선박 설계 고도화 등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LNG·LPG 이중연료 추진 시스템, 암모니아 연료 기술 등 친환경 선박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IMO 규제에도 발 빠르게 적응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은 전통적인 고정밀 기계 가공과 안정적 제작공정에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기술 고도화보다는 생산 품질의 일관성과 신뢰성 중심의 기술 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도요타식 생산관리 방식(Lean 생산)을 조선소에 도입하는 등 생산 효율화를 중시합니다. 친환경 기술 면에서는 다소 뒤처져 있었으나, 최근 미쓰비시중공업이 수소추진 선박 프로젝트를 본격화하면서 격차를 줄이기 위한 시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인력 구조 및 산업 생태계 – 전문화된 한국, 고령화된 일본
한국 조선업은 전문 인력 중심의 구조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과거 단순 용접·조립 중심에서, 최근에는 디지털 설계, 로봇제어, 스마트 공정 운영 등 고급 기술 인력을 적극 유입하고 있습니다. 조선해양공학과, AI 기반 엔지니어링 등 관련 학과 졸업생들의 채용 수요도 높습니다. 반면 일본 조선업은 심각한 인력 고령화와 숙련자 부족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소형 조선소의 경우, 젊은 기술 인력 확보가 쉽지 않아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생산 품질 및 공정 안정성에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조선업 인력 육성을 위한 장학금 및 연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산업 자체의 매력도 저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정책 지원과 정부 전략 – 수출 드라이브 한국 vs 생존형 일본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조선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산업은행을 통한 대규모 금융 지원, 수출 신용보증 확대, 친환경 선박 R&D 투자 등 다각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2030년까지 세계 1위 유지와 친환경 선박 선도국 달성을 목표로, ‘K-조선 재도약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비교적 조선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강도가 낮은 편입니다. 2020년대 초반 구조조정을 겪은 이후, 주요 기업은 민간 중심으로 경쟁력을 회복하려는 자구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정부는 중소조선소 지원에 국한된 간접적 접근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환경 관련 기술개발이나 디지털화 지원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미래 성장 가능성 – 수출형 구조의 한국, 기술 전환 중인 일본
한국 조선업은 지속적인 고부가가치 수주 경쟁력과 수출 중심 구조로 인해 중장기 성장성이 밝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친환경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이중연료 선박, 자율운항 선박 등 차세대 선박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전통 제조 강국으로서의 기반은 견고하지만, 조선업만 놓고 보면 전환기의 혼란 속에 있습니다. 수주 감소, 인력 부족, 기술 투자 제한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향후 5년은 ‘체질 개선기’로 간주되며, 지속적인 기술 혁신 없이는 경쟁력 회복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2025년 현재, 한국과 일본의 조선산업은 수치상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실질적 경쟁력 면에서는 한국이 명확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기술력, 수출력, 정부 지원, 인력 전문성 모두에서 한국이 앞서고 있으며, 일본은 안정성과 장기적인 기술전환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두 나라 모두 조선업이 경제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전략적 투자와 혁신이 계속되어야 하며, 각국의 방향성 차이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